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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아지, 결혼(De filosoof, de hond en de bruiloft)
바바라 스(Barbara Stok)
김희진
미메시스
2024년 01월 20일
견장정 / 304 면
979-11-5535-306-6 07850
그래픽노블
25,000
 
 
 


최초의 여성 철학자, 히파르키아의 인생

유럽의 색다른 그래픽노블을 꾸준히 출간하는 미메시스에서 훗날 철학자가 된 최초의 여성 중 하나인 <히파르키아>를 다룬 그래픽노블을 선보인다. 『철학자, 강아지, 결혼』은 국내에서만 1만 5천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운 『반 고흐』의 바바라 스톡이 5년여간 공들여 내놓은 야심 찬 작품이다. 이야기는 그리스 북부의 마로네이아에서부터 시작한다. 때는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다스리던 시대였다. 우리의 주인공 히파르키아는 자신의 인생이 급변하리라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마로네이아에서 알아주는 책벌레이자 누구보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히파르키아는 남편으로 맞길 바라는 명망 높은 집안의 부유한 아들을 만나러 아테네로 떠난다. 그러나 그녀 앞에는 아테네 길거리에서 살고 있는 괴짜 철학자 크라테스 또한 등장한다.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녀는 크라테스의 사유와 생활 방식에 점점 깊이 사로잡힌다. 그리스 사회의 전통적인 기대치와 미니멀리스트 생활 방식을 전도하며 모든 사회적 계급, 기준, 관습에 대항하는 철학적 운동 사이에서 번민하던 히파르키아는 믿으라고 배워 왔던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진정한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남들이 꿈꾸는 인생을 손에 쥔 히파르키아는 결국 극단적인 결단과 마주한다. 반골 기질의 저항자를 탁월하게 그려 낸 바바라 스톡의 『철학자, 강아지, 결혼』은 아무리 오래되었더라도 오늘날까지 의미 있는 울림을 지닌 이야기가 있음을 우리에게 말한다.

유례없는 철학자, 히파르키아가 전하는 메시지

히파르키아는 부유한 가문 출신이지만, 부랑자 같은 삶을 살기로 한 철학자 크라테스의 사유와 생활 방식에 매혹되었다. 아무리 잘살거나 잘생겼다 해도 다른 구혼자들에게는 관심을 잃었다. 오직 크라테스만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였다. 크라테스는 옷을 벗어 던지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것이 남편이고, 이것이 그의 재산이니, 결정하시오. 내 생활 방식을 함께하지 않고서는 내 아내가 될 수 없으니.〉 물론 히파르키아 역시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사유 재산 없이 길에서 살며 견유주의 철학을 설파했다. 견유학파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하면서 사회적 위계나 관습을 무시했던 철학 운동이다. 그렇기에 히파르키아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예외적인 학자였다. 일단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이 철학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고, 견유주의 철학은 당시 교양 없고 충격적인 분야로 받아들여졌기에 여성이 이 두 가지 길을 모두 좇는 것은 굉장히 드문 사례였다. 히파르키아는 심포시온에 가고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당시 여성으로서는 유례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여자와 노예를 그리스 인구에 포함하지 않았던 시절에 일찍부터 동물 복지를 생각했다는 점도 너무나 놀랍다. 히파르키아에겐 통용되는 규범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상을 굳게 지키는 배짱이 있었다. 바바라 스톡은 거기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메시지를 보았다. 그 지혜가 놀라울 정도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히파르키아와 크라테스는 우리에게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대개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시야를 넓히고 사실에 집중하면 상황을 다른 견지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유효한 사고방식이 아닐까. 최초의 여성 철학자이자 최초의 페미니스트인 히파르키아를 지금 꼭 만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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