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애 님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충분한 답을 찾느라 그리 되었습니다.

지적하신 부분은 여러 번 문의를 받은 내용입니다. 저희 열린책들 구 홈페이지에서

독자 최서희 님이 문의하신 내용에 대해

또 다른 독자 파트릭(bildbild@naver.com)님께서 다음과 같은 답변을 올려 주셨었습니다.

단, 링크된 주소가 하나도 열리질 않는다는 게 문제인데,

그림 대신 아래 글만으로도 답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04년 7월 15일 -------------------------------

지구는 지금까지 생각한 대로 둥근 것이 아니라 위와 아래가 멜론처럼 평평하다고들 떠들어대고 있다."(쥐스킨트: 향수, 90쪽)
"...die Erde ist nicht mehr rund wie bisher, sondern oben und unten platt wie eine Melone..."

우선, 최서희님께 경의와 감사를 표합니다.
최서희님은 책을 굉장히 꼼꼼하게 읽으시는 모양입니다.
저도 책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읽는 편이지만, 이 부분은 그냥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그냥 지나쳤었거든요.
한데 최서희님의 질문이 계기가 되어 이 문장을 다시 읽게 되었고, 제가 몰랐던 그 표현의 진의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을 이해하는 핵심은 멜론의 형태입니다.
최서희씨와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은 멜론을 둥근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표현합니다.

그러나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멜론을 타원형으로 여깁니다.
즉, 타원형이나 그와 유사한 길죽한 형태를 말할 때 "멜론처럼"(wie eine Melone)이라는 직유법을 사용합니다.

다음 사이트의 사진과 그 표현을 참고하십시오.
http://www.zdf.de/ZDFde/inhalt/6/0,1872,2044902,00.html

사진과 그 글을 보시면 타원형에 가까운 해골을 멜론과 연관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 사진과 그림을 보시면, 왜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멜론을 타원형으로 여기는지 조금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그림: http://www.ristomantova.com/foto/melone.jpg
사진: http://www.cantinatortona.it/images/melone.jpg

즉 이 문장의 화자, 발디니가 살았던 18세기에는 지구의 형태에 관한 과학적 논란이 일었던 모양입니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지구의 모습이 완벽하게 동그란 구(球)의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당시 일부 과학자들이 지구의 모습이 완전한 구가 아니라, 극 지방은 평평하고 적도 지방이 약간 불룩 뛰어나온 기하학적인 타원체라고 주장했던 것이지요.

이에 관한 보다 자세한 과학사적인 사실들은 다음 사이트를 참고하십시오.

www.cmj.ac/sci/2ron/ear2/1-1.htm
http://lehrer.brgkepler.at/grath/veroeff/erd_kug.html
http://satgeo.zum.de/satgeo/methoden/physik_fernerkundung/gravitation/geoid/geoid.htm

결국 위 번역문의 멜론을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으로 이해하시고, 거기에 지구의 형태에 관한 과학사적인 논의와 지식을 꿰맞추시면 별다른 내적 갈등없이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PS: 독일어권에서는 또 다른 과일인 배(Birne)도 타원형으로 표현합니다.

Die Erde ist ein abgeplattetes Rotationsellipsoid und ist leicht wie eine Birne geformt.

http://www.magnatec.de/gps_text_d.htm


:최민애님글 :-----------------------

안녕하세요.

저는 [향수]라는 책을 고등학교때 처음보고

내용이 너무 인상깊어 내내 잊지 못하고 있다가

올해 초반에 새로 발간된 책을

서점에서 보자마자 덥썩! 사버린 [열린책들]의 초보 독자입니다.

[향수]를 서점에서 데리고 오면서 이후로 지금까지

얼추 열댓번은 읽었는데

제가 워낙에 책을 속독(나쁘게 말하면 건성)으로 읽는지라

대강의 내용은 기억하지만 속속들이, 심할때는 주인공의 이름도 기억을 못해서

이번에는 정성을들려, 시간을 들여 읽기로 하고

쉬는날 다시 [향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한참을 집중해서 읽어 나가던 중

90page, 16번째 줄 마지막 문장에서

<지구는 지금까지 생각한 대로 둥근것이 아니라

  위와 아래가 멜론처럼 평평하다고들 떠들어대고 있다.>가 아니라

<지구는 지금까지 생각한 대로 평평한것이 아니라

항상 좋은 책을 위해서 수고해 주세요^^